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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ㅡㅜ
by 김종일 at 10/08 아~ 이 감독 진정으로 다.. by ssita at 10/07 지금 검색해 보니, 그.. by 김종일 at 09/22 그러게요. ㅎㅎㅎ by 김종일 at 09/22 국내 개봉명은 [미스 리.. by 파인로 at 09/22 이 영화와 같은 식으로.. by reme19 at 09/22 그러게요. 저도 궁금합.. by 김종일 at 09/01 애러노프스키가 예정대로.. by 유로스 at 08/31 호러자식 님, 닉네임이.. by 김종일 at 08/29 저도 그제 사서 오늘 다 .. by 호러자식 at 08/28 이글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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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끝났다. 이제 본때를 보여줄 때다.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다짐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나는 살인도구가 가득 든 가방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잠시 움츠러들었던 살의가 다시금 고개를 치켜들고 부글거렸다. 다 죽여 버리겠어! 오늘 밤 이곳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할 살인극이 펼쳐질 터였다. “이 감독도 호러무비로 입봉할 사람이니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 정도는 알지?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호러무비가 바로 그 영화거든. 짐작했겠지만 우리 영화사 이름도 그 제목에서 따온 거라니까.” 나와의 첫 대면에서 텍사스픽쳐스의 대표는 그렇게 말했다. “톡 까놓고 말해서 나 말이야, 이 감독 단편 <인간백정> 보고 전율했어. <텍사스 전기톱 학살> 봤을 때 그 삘이 팍 나더라니까. <샤이닝>! <엑소시스트>! <식스 센스>! <링>! 그리고 <데드 얼라이브>! 뭐, 우리라고 그렇게 죽이는 호러무비 한 편 못 만들란 법 있어? 없다 이거야!” 그가 다섯 손가락을 꼽으며 그렇게 호언장담했을 때에만 해도 나는 감동했다. 대한민국에도 공포영화를 돈벌이의 목적이 아닌, 열정의 피조물로 생각하는 제작자가 있구나 싶은 마음에 눈물을 다 글썽였을 정도였다. 그 호언장담에 혹해서 투자사가 확정되는 대로 시나리오료 전액과 연출료의 반액을 지불하겠다는 계약서를 썼고, 그날부터 나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조지 A. 로메로의 동명 영화에 바치는 오마주로 제목을 정한 나의 데뷔작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이 나라 최초의 좀비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고달팠다. 지하 단칸 셋방에서 마이너스통장으로 연명하며 고물 노트북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나는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반 년 만에 초고를 완성했을 때 체중이 12kg이나 줄어 있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초고를 읽고 난 제작사 대표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좋은데, 너무 드라이해! 이건 무슨 <퍼니 게임>이나 <헨리 - 연쇄살인범의 초상> 같잖아. 이 감독, 이걸 베이스로 해서 <이블 데드3>나 <숀 오브 더 데드>처럼 코믹 코드만 가미해 보는 게 어때?” 그 후로 반 년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4고 작업에 들어가면서부터 생계유지는 사채를 내어 하는 수밖에 없었다. 7고가 나왔을 때 대표는 무릎을 쳤다. “바로 이거야. 굉장해!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그런데 이 감독, 살짝 아쉬운 게 있는데 딱 하나 있는데 말이야, 러브 라인만 살짝 들어가 주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러브 라인이 가미가 돼야 관객이 들거든. <캔디맨>이나 <리빙 데드3> 같은 삘로…… 알잖아.” 시나리오 수정을 거듭하면서 빚은 쌓여갔고 체중은 그와 반비례해서 줄어갔다. 불면증과 불규칙적인 식습관, 그리고 과로 때문이었다. 13고를 가져갔을 때 대표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와우! 이번 거 진짜 죽여줬어! 투자사도 거의 잡혔거든? 아, 근데 말이야, 이 시나리오에 눈독 들이고 있는 투자사에서 끝에 슬픈 삘을 살짝 넣어줬음 하는데 어때? <쓰리>의 ‘고잉 홈’이나 <장화, 홍련> 같은 삘 있지? 그것만 첨가되면 곧바로 투자 계약하자네? 그럼 캐스팅부터 스탭 모집, 로케이션 헌팅까지 스트레이트로 진행될 텐데 말이야.” 자그마치 18고로 시나리오가 탈고되었을 때 나는 완전히 탈진 상태였다. 사채업자의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고, 몰골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시체’였다. “브라보! 이 감독 역량이 이 정도일 줄 진작 알아봤다니까! 영화 한 편이 줄 수 있는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이 시나리오 하나에 다 들었고만. 그동안 진짜 고생 많았어. 투자사에서도 이 감독 시나리오를 잘 봐서 곧바로 계약서에 도장 찍겠다고 했어. 이제 입봉할 일만 남았네? 축하해, 이 감독!” 대표는 내 손을 움켜쥐고 뒤흔들다 못해 나를 와락 부둥켜안기까지 했다. 심신은 똑바로 서 있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쇠약해진 상황이었지만, 제작사 대표에게 오케이 사인과 기립박수를 동시에 받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간의 천신만고가 고진감래로 마감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 설렘은 오산이었다. 텍사스픽쳐스 대표는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제작비가 입금되던 날 밤, 전화 한 통 없이 야반도주해 버렸다. 오랜 추적 끝에 나는 그 인간의 은신처를 알아내고야 말았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고 얻을 것도 없었다. 내 머릿속을 메우고 있는 감정이라고는 오로지 그 인간을 향한 살의뿐이었다. 어떻게 죽일까. 제이슨처럼 정글도로 두 동강을 내 버릴까, 레더페이스처럼 사슬톱으로 썰어 버릴까. 정원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것도 좋겠지. 발목을 해머로 찍어버리는 건 어때? 아니면 실톱으로 쓱싹쓱싹? 번쩍 들어서 갈고리에 매달아 버리면 돼지처럼 꽥꽥 멱따는 소리를 내겠지? 칼이고 톱이고 필요 없이 좀비처럼 달려들어서 덥석 물어뜯어버리면 어떨까. 잘근잘근 씹어 먹는 맛도 각별할 거야. 무수한 공포영화에서 보았던 각종 살인자와 피해자의 얼굴에 내 얼굴과 대표의 낯짝을 대입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게 즐거웠다. 각종 흉기를 있는 대로 챙기느라 캠코더를 잊고 가져오지 않은 게 한이었다. 이 밤에 일어날 살육의 현장을 생중계로 담았더라면 그 자체로 <블레어 윗치>나 <클로버필드>를 능가하는 한 편의 멋진 공포영화가 나왔을 것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그 인간의 은신처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은신처의 문을 박차고 들어선 순간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분명 그 인간이 해외로 튀기 전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왔건만 은신처는 휑하니 비어 있었다. 게다가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봐도 여기는 그 인간의 은신처가 아니라, 텍사스픽쳐스 사무실이었다. 대표가 제작비를 들고 야반도주한 후로 폐쇄되었던 사무실.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여기는 분명 텍사스픽쳐스 사무실이었다. 대체 왜 내가 여기로 와 있는 거지? 내가 우두망찰하고 있던 그때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쯧쯧, 애처로운지고.” 돌아보니, 경비원 차림의 노인이 나를 바라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버스 떠난 자리에 언제까지 붙박여서 빙빙 맴돌기만 할 텐가?” “네?” 노인의 난데없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내게 낡은 신문 한 장을 내밀었다. 영화감독 이 모 씨, 영화사 건물 옥상서 투신자살 지난 3일 새벽 한 시 경, 모 영화사 사무실에서 영화사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던 영화감독 이 모 씨가 끝내 20미터 아래로 투신해 숨졌다. 이 씨는 지난 2006년부터 데뷔작을 준비해오던 중 영화제작사 대표가 제작비를 횡령해 해외로 도주한 사실을 알게 되자, 흉기를 들고 영화사 사무실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대표 검거’를 요구하며 경찰과 한 시간 가량 대치하던 이 씨는 경찰특공대가 진압을 위해 사무실에 잠입하는 순간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아래로 투신했고 그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신문을 읽은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일들을 기억해냈다. 영화사에 쳐들어가서 벌였던 무의미한 인질극과 대치 그리고 투신. 보도블록 위로 번져가던 피. 내 두개골만큼이나 산산이 부서져 버린 내 젊은 날의 열정. 결국 본때를 보여주기는커녕 나 자신이 본때가 되어 불귀의 객이 된 셈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나는 그저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뒤늦게 모든 정황을 깨달은 나는 목 놓아 울었다. 그러나 눈물샘조차 사라져 버린 지금,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 만에 내가 몸을 일으키자 노인이 어디론가 나를 잡아끌며 말했다. “얼빠진 지박령 노릇은 그만하게나. 자네 같은 원혼들은 가슴에 맺힌 한을 죽어서도 못 잊고 그걸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발버둥 친다는 걸 내 모르는 바 아니네만, 아무리 그래봐야 번번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네. 이미 육신은 재가 되고 없는데 자네가 이제 와 무얼 어떻게 하겠나. 이튿날이면 제가 죽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 헛일을 무한정 반복할 뿐이라네. 자, 이제 다 훌훌 털어버리고 갈 길 가세나.” 하늘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증오와 원망과 살의로 가득 차 있던 가슴속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노인이 그 빛으로 나를 인도하며 덧붙였다.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게. 다음 세상에는 공포영화가 일회성 납량특집물이나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천대받는 이 나라가 아니라, 사시사철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환생하게 될 테니까.” (씨네21 6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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