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누설이 있으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감독: 파스칼 로지에
주연: 밀레느 잠파노이, 모르자나 아나위
상영시간: 103분
개봉일: 2009. 8. 6 완성도를 떠나, 보고났을 때 그 여운이 너무나 강해서(혹은 독해서) 한동안 그 잔상이 일상에까지 어른대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게는 TV 외화시리즈 <브이>가 그랬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제 또 한 편의 영화가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하 ‘마터스’>이 바로 그 영화입니다.
폐쇄된 공장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학대받던 한 소녀가 탈출합니다. 15년이 흐른 후 어른이 된 그 소녀는 어느 단란한 가정을 찾아가 그 가족을 몰살합니다. 그리고 15년째 자신에게 들러붙은 환영과 싸우며 괴로워합니다. 이 가차 없는 서두는 3막으로 구분된 영화의 1막에 불과합니다.
2막까지 유혈극 장르의 규칙을 따라가는가 싶었던 영화는 주인공 안나가 저택의 지하실을 발견하는 3막부터 학대와 고통으로 뒤범벅된 고문극으로 내달립니다. 그리고 그 감금과 고문의 배후에는 고위층이 포함된 비밀 단체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초반부의 유혈극도 만만치 않은 수위이지만 후반부의 고문극은 단언하건대, 공포영화에 단련된 관객조차도 극장 좌석에 편안히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곤혹스럽고 고통스럽습니다. 제 첫 장편 <손톱>을 출간할 당시 편집자가 ‘소설을 읽다 보니 통각까지 느껴지더라!’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 <마터스>의 후반부야말로 안나에게 감정과 감각이 이입되어 그녀가 느끼는 통각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결말은 <호스텔>이나 <프런티어>처럼 호쾌한 권선징악이 되었든 <인사이드>나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처럼 비극적 결말이 되었든, 명확한 종결을 바랐던 관객의 기대감마저 짓밟습니다. 어쩌면 그처럼 모호하기만 한 결말이야말로 이 잔혹한 이야기의 종지부로 더없이 어울리는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똥 누고 밑을 안 닦고 나온 듯한 찝찝함을 안겨주는 결말 때문에 저는 이 영화의 후유증이 더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익스트림무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세상이 너무나 좆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내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마터스>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충격과 공포를 유발하는 최고의 공포영화일 수도,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는 최악의 공포영화일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정서적 충격으로만 볼 때 <마터스>는 긍정적인 의미로든, 부정적인 의미로든 근래 소개된 영화들 중에서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는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 붙임: 원제 그대로 ‘마터스’라고만 해도 될 것을, 굳이 ‘천국을 보는 눈’이라는 스포일러성 부제를 단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수입사들은 멀쩡한 영화 제목에 왜 그리 부제를 못 달아 안달일까요.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코렐라인: 비밀의 문>, <오펀: 천사의 비밀> 등등. 이 영화들이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시리즈인 것도 아니건만. 이러다 우리나라 영화에도 부제 열풍이 붙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해운대: 쓰나미의 역습>, <차우: 비밀의 식인멧돼지>, <불신지옥: 예수천당>, <국가대표: 스키점프의 비밀> 등등.